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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공개·친구 1명

사랑의 문장을 쓸 때 목적지는 온통 너였다.


언젠간 닿겠지 하며 끊임없이 너를 생각할 땐 스치는 칼날을 견뎌내야 했어.

너덜해지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니? 바라봐 주는 눈길 한 번이면 금방 나을 자신이 있었어.

내뱉는 농도가 짙어지면 내 마음엔 공허가 따라왔단다.

이것을 다시 그리움으로 채우는 게 일상이 되었었어.

활력은 너로 인해 움직였고 방전 상태로 만드는 것 또한 너였지.


가끔 너는 냉장고 깊숙이 숨겨놓은 한 캔의 맥주 같았어.

깊은 밤, 잠에 들지 못하는 날 재울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외로운날 진실된 맘을 토해낼 용기를 가져다주는 힘을 가졌지.

너랑 짠하려고 아끼다가 결국 너 없이 혼자 마시게 되는 외로움도 알려주었고

오게 될 너를 위해 남겨둔 한 캔이었었지.


결국 나를 버리냐고 물어봤지만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네 이름으로 타투를 새기는 게 여간 쉬운 일도 아니잖아.

너 내 그리움에 대답을 한 적이 있어? 사랑의 대답은 해준 적이 있어? 무자비한 그리움을 등 뒤로 받았던 건? 기억이 나?

손쉽게 널 그릴 때, 너의 향수로 외로움을 채울 때, 네 삶에 스며들지 못한 나를 마주할 때

치열하게 한심한 나를 이겨내야 했던 건 생각해봤어? 포기하고픈 자의식을 매번 이겨내는 일은 힘든 일이었어.


추억, 그 열렬한 추억이 나를 살게 만들었다고 지금 아프게 할 수 있는 정당함이 부여되는 건 아니잖아.

몇 십 번 널 사랑하고 몇 백번 널 미워해도 사랑이 이겨내서 가능했던 거야.

널 향한 마음이 미쳐 돌아버려 가능했지.


널 쓸 때 약을 먹지 않아. 최대한을 담으려고 눈물과 등가교환을 하지.

몸 아끼지 않으려 술까지 마시며 위태로움을 자처했어.

내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날엔 전화를 했지. 넌 받지 않았지만.

통화 연결음이 끊길 때까지 우리의 모습들이 지나가는 거야. 신기한 경험이었어.

호기심의 첫 만남, 사랑의 절정, 회의와 멀어짐. 그리움 혹은 추억만 남은 관계가 보이더라고.


야. 내가 뭘 그렇게 기대했겠어? 네가 나한테 오는 건 바라지도 않았어.

그냥. 내 감정이 벽에 부딪혀 바닥에 뒹굴면 불쌍하잖아.

나름 눈물로 고귀하게 빚어서 던진 건데, 하찮게 내 발밑에 있는 감정들을 바라보면 나도 인간이라 울어.


내가 널 버리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눈물로 빚은 감정을 던지지 않을 거고.

약을 먹지 않으면서 무모하게 감정을 쓰지 않을 거야.

냉장고에 고이 숨겨둔 맥주는 내 즐거운 날에 마실 거고.

널 그리워하는 걸 그만둔다는 거야.

네가 날 찾아와도 반기지 않을 것이며, 내 삶에 널 기다리는 시간이 빠지는 거야.

이게 널 버리는 게 되면 안 되지.


그럼 난 수십 번 버려진 걸 인정해야 하잖아.

제발 널 그리워 한 날들이 네가 날 버렸던 날들로 기억되지 않게끔 해주길 바라.

내 사랑은 진짜였어. 이 감정을 죽이기 전에 들은 마지막 유언이니 믿어줘.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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