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글
잘 지내셨나요? 이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유 중 가장 큰 게 어렸을 적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쓰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데요.
bgm 한 곡이 흘러나오면 100번 정도를 무한 반복 돌려 들으면서 그 음악에 슬픔과 오열을 담았거든요.
오늘은 ‘zunhozoon - after 10 days’ 가 저의 음악이 되었습니다!(비지엠 틀고 읽어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요즘은 어떤가요? 코로나 때문에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엔 뭘 하고 지내실까요?
가끔 받는 질문 중에서 ‘어렸을 적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글을 쓰고 싶은데’라며 하고자 하는 것들과 현실의 괴리감에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요즘이 딱 멈춰있던 창작욕구를 불러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거 있잖아요. 나를 관심 있게 봐주는 사람들,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글과 사진과 그림은 어떤 형태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여러분의 그림자의 형태와 색깔이 궁금해져요.
요즘엔 하지 않던 것들이 하고 싶어져요.
아니라고 느꼈던 것들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가진 생각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한 번 더 물음을 더하는 것.
안 된다고 하는 것들을 되게끔 만들고
해야 한다고 느끼던 것들을 중단하는 행위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헤어짐을 반복했고
애정이란 이름 아래에 너무 옥죄어 온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크면 그 공간을 가득 채워 상대방이 숨을 못 쉬더라고요.
적당히라는 단어는 도무지 누가 만든 건지.
다시 태어나야 가능한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저에겐
2020년은 저에게 너무 무겁고 버겁고 새로운 해였습니다.
2019년 12월에 제가 처음으로 속초로 여행을 갔던 것 알고 계셨나요?
살면서 처음으로 먼 곳을 혼자 갔던 여행이었는데 너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온 것 있죠.(분명 외로운 것은 확실했고 많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본연의 나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새롭지만 힘겨웠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경험치로 채워진 것.)
혼자만의 시간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를 주절주절하고 싶지만.. 약간의 술을 먹기도 했고 나중에 일일이 잘못된 구절을 찾아낼 미래의 나를 위해 2019년 12월 여행일기를 옮기며 저는 사라지겠습니다. ㅎㅎ
2021년에 새로운 글과 그림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모두 안녕히 계세요!
--------속초 여행 일기-----------
속초 여행 1일 차, 혼자 있는 시간의 두려움이 앞서 친구들 세 명을 섭외해놓고 4박 5일 여행을 갔다.
전날에도 미친 듯이 술을 마셔대고는 어떻게 세 시간뿐이 안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니 실감되는 과거의 내가 세워놓은 계획에 대한 후회스러움. 뜬 눈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을 조금이라도 자야 괜찮을 텐데.. 하면서도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크리스마스의 일 때문일까.
걱정스러움을 안은 채 최소한의 짐들을 챙긴 채,
고양이들이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서 마음껏 사랑해주고 집을 나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하늘을 보고 왠지 씁쓸한 마음을 가졌고, 긴 치마가 신발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날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엄마의 전화로 날이 섰고, 속상한 고성이 내 귀를 찢는 것 같았다.
동서울 터미널이 그렇게 멀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혹, 지하철을 지나칠까 봐 긴장했다.
터미널에 여유 있게 20분 일찍 도착했다. 맛있는 냄새가 났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잠을 못 잔 탓이다.
혼자 버스를 타는 게 처음이라 어떻게 타는지 몰라서 애먹었다. 관리인의 지시에 따라 버스 타는 곳 2층으로 가서 여유 있게 버스를 기다렸다. 옆에 계신 아줌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많은 청년이 그 아줌마의 아들, 딸처럼 보였다. 왠지는 몰라.
버스가 왔는데, 7시 50분 동서울> 서울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존나 당황했다. 뭐지. 나는 9시 예매를 했는데.
또 잘못 찾아왔나? 이제는 나에게 여유가 없었다. 등에 땀이 났는데, 아줌마가 기사님에게 버스 상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시간 잘못됐어요!”
기사님은 피곤하고 노곤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제일 먼저 내가 올라탔는데 기다리라고 문을 닫아버렸다. 창피했다. 불친절이 미웠다.
자기의 짐을 버스 위 칸에서 정리한 후 다시 앉았다. 버스 기사님 자리는 의자가 펌핑을 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었고 여기 맞냐고 물어봤는데 불친절 기사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기사님은 나와 아줌마가 말하는 동안 대답을 한 적이 없었다.
좌석을 못 찾아서 쩔쩔맸다.
자리에 앉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퍼를 벗어서 담요처럼 무릎을 덮었다. 창문을 봤는데 우중충하다.
이번 여행 뭔가 위험해.
이윽고 많은 사람이 탑승하고 버스가 출발했다.
사고가 날 것 같은 노파심에 안전벨트를 꽉 맸다.
눈을 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사인 히어에서 마독스가 부른 노래인데 가볍게 들으면 기분 좋아진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쳐져서 불안했다.
내가 벌여놓은 사건들과 내가 버린 사람들과 남겨진 나를 상상했다.
그리고 약을 생각했다. 약을 챙겼나? 다행이다. 챙겼다.
안 그래도 혼자 있으면 불안한데 심지어 혼자 하는 여행이라니 걱정 근심 가득 가득이다.
문자메시지엔 친구들의 걱정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비가 창문에 맞았다.
비가 와서 우울하다는 내 말에 친구는 “비나 눈이 온대, 곧 그친대.”라는 말을 해줬다.
지니 뮤직과 사운드 클라우드를 번갈아 가면서 들었다. 레드벨벳 사이코를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뮤직비디오도 세 번 봤다.
졸렸는데 잠을 잘 수 없었다. 쉬가 마렵다고 버스를 세운 전적이 있기 때문에 휴게소에 들려야 했다.
혹시나 그런 일이 반복될까 봐 음료수도 안 먹고 목캔디만 빨았다. 물도 무서웠다.
버스에 티비가 있었는데 올레 티비 결제 안 해서 경고 창이 계속 떠 있었다.
버스 티비는 누가 결제해주는 것일까 생각했다. 경고 창 뒤에는 정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봤던 따돌림 가해자가 피해자 집에 임의로 닭강정 30인분을 시켰다는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갑자기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가평쯤에서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여기는 눈이 아직도 녹지 않았다.
이번 겨울엔 제대로 된 눈도 못 보고 쌓인 눈을 본 적이 없어서 속상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설레서 누구랑 막 통화하고 싶었다. 근데 그 누구가 없었다. 뭔가 슬펐지만, 이해했다.
가는 버스에서 가방 때문에 다리가 편하지 못해서 죽을뻔했다.
쥐 나는 것 같은 뻐근함이 불편함으로 변했다.
다이나믹 듀오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는데 좋았다. 전율이 느껴질 만큼 좋았다.
‘먹고 자고 하고’ 이 노래를 들으면 이번 속초 여행이 떠오를 것 같았다.
다이나믹 듀오 메들리를 하고 난 후에 양양에 먼저 도착했는데
재작년에 다솜 언니랑 친구들이랑 같이 양양에 놀러 온 기억이 났다.
여기서 아메리카노 먹고 집 가는 버스에서 쉬가 마려워서 버스를 세웠다.
근데 그 여행이 너무 좋아서 수치심보다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앞섰다.
그땐 여름이었는데 겨울엔 나 혼자 속초를 간다.
속초에 내렸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터미널에 가득했다.
저 사람들은 여행을 시작하는 것일까 끝내는 것일까 궁금했다.
나오자마자 택시가 줄을 서 있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택시를 잡고 마레몬스 호텔로 가달라고 이야기했다.
택시 기사님이 유턴하고 호텔을 향해 갔다. 반대편에서 타야 한다는 야유를 듣지 않아서 좋았다.
(당연히 택시 정거장이 터미널 앞에 있었으니 그랬겠다)
호텔에 도착하는데 경사가 너무 높아서 충격먹었다. 걸어서는 절대 못 올라간다.
안 그래도 잠이 부족한 터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사진 찍고 바다 구경을 했다.
잘까 했지만 자면 하루를 통으로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담배를 어디서 펴야 할지 몰라서 계속 걷다가 도롯가에서 태웠다.
혼자 있으니까 무서웠다. 담배 피운다고 누가 해코지할까 봐.
계속 걸었다. 횡단보도가 없었다. 진심 20분은 더 걸은 것 같다. 배가 고팠는데 죄다 횟집이다.
혼밥족들을 위한 국밥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걷다가 보니까 사람들이 등대 쪽에 많았다. 근데 엄청 멀리 있었다.
그곳을 향해 죽기 살기로 걸었다. (이때 나는 면허를 따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춥고 외로웠다. 혼자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혼자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을 남겼는데, 속초에 해가 뜨기 시작했고 너무 아름답게 바다에 노을이 있었다.
안 자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구름이 노을 때문에 태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랑 함께 하는 여행은 말로써 소멸된다면 나는 아무랑도 안 가서 마음에 담았다.





그게 조금 더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그 뒤에 친구가 내가 있는 곳 근처에 맛집을 알아봐 준댔다.
차로 6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감히 걸어서 가본다고 객기 부리다가 30분 동안 경사를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가게가 3시 마감이란다. 참고로 5시였다.
허탈했다. 그 근방에 있는 프랜차이즈 같은 밥집에서 소고기 낙지 덮밥을 먹었다.
첫 끼였기에 맛있었다. 김치랑 궁합이 좋아서 두 번 리필했다.
친구는 계속 미안해했다. 사실 이 친구가 무슨 죄가 있겠나, 고맙기만 할 뿐이지.
좋은 추억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근데 친구는 비꼬는 줄 알았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가 놀러 간 곳의 맛집을 알려 줄 만큼의 성의를 보이는 게 좋았다.
그 맛집은 우동집이었는데 난 사실 우동을 싫어한다.
추천해준 곳을 가서 먹는 모습을 보면 이 친구가 좋아할 것 같았다.
아쉽게도 못 갔지만 좋은 마음을 알았으니 됐다.
편의점에서 맥주랑 와인을 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어린 친구였다.
내가 이것저것을 한꺼번에 담아오지 않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결제하려고 하면 먹고 싶은 게 더 생겼다. 미안했다.
어디서 본 적 있는데 편의점에서 깨작깨작 집어서 결제하는 행위를 아르바이트생들이 제일 싫어한다고 했다.
술을 한 움큼 사 들고 택시를 불렀다. 바로 잡혔다.
택시가 도착하기 전에 검색을 해봤다. 혹시 호텔에서 술을 사 가는 게 불법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괜찮다길래 마음을 놓고 담배 한 대 태웠다.
너무 꿀맛이다. 역시 담배는 밥 먹고 피는 담배가 죽인다.
택시가 왔는데 지도가 잘못 찍혀서 한 블록 멀리 섰다. 내가 쫒아가려고 뛰었는데 기사님은 다음 블록인 줄 알고 그냥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황급히 전화했는데 돌아온댔다.
낑낑거리며 술들을 잔뜩 들고 택시를 탔다.
호텔에 도착해서 술을 정리하고 씻었다.
이상하게 호텔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내가 집에서 쓰는 것과 재질이 다르다.
묽고 특유의 호텔 향이 나는 것 같다.
욕조가 있어서 묵고 있는 동안에 무조건 목욕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목욕 후에는 혼자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하다가 편지를 읽었다.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해서 현진이와 다솜이가 크리스마스 편지를 미리 줬는데
다솜이는 혼자 여행이 걱정된다며 용돈 5만원을 넣어서 잘 먹고 잘 쉬고 오라고 했고
현진이는 자신은 가끔씩 로또를 사주는 게 사랑인 것 같다며 로또를 넣어줬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사랑에 혼자 침대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따뜻함에 떨며 꺽꺽거렸다.
나의 유년기의 사랑과 성년의 사랑이 함께 어우러지면 내가 이런 모습으로 자지러지는구나 싶었다.
이후엔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에게 사랑의 답장을 보냈다.
기필코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혼자 맥주를 먹다가 와인을 깠고 그림을 그리다가 책을 읽었다.
심연으로부터를 몇 개월째 읽는지 모르겠다. 너무 좋아서 많이 읽기 싫다.
한 장 넘기면 내 감정에 큰 태풍을 일으킨다.
하지만 너무 졸렸다. 피곤이 찌들어져 있는 나는 잘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 시간이 1시였다. 너무 아깝다. 오늘 하루는 역사적인 날인데.
족발을 시켜서 먹었다. 족발 반반이었는데 주먹밥을 기본으로 주는지 모르고 하나 더 추가했다.
주먹밥 두 개인 식사를 하게 되었다.
불족발이 너무 맛있었다. 미친. 불 맛 나고 그런 맛집 재질 족발이었다.
배가 부르니 졸렸다. 먹거리들 치우고 누워서 하루를 생각했고, 외로움을 달랬다.
아쉬움에 티비로 ‘놀면 뭐 하니?’를 틀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낄낄거리면서 새벽 5시쯤 잠에 들었다. 알차고 즐거웠다.
첫 여행기의 첫날이 성공적인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하며 잠을 잤다.
바람 소리인지 문이 흔들거렸지만, 안전장치 하나에 의존하며 옅은 불안과 함께 잠을 잤다.
바다 앞 호텔이라 그런지 바다가 출렁이는 소리가 좋았다.
좋은 자장가를 들으며 꿈을 꿨다.